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그 사회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는 상호이해 관계가 대립되는 분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분쟁을 원활히 해결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를 우리는 ‘사회적 질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회적 질서’는 일차적으로는 윤리 도덕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법에 의해 지켜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 집행에 있어서는 특수한 전문성이 전제돼야 하는 분야가 사회기능이 복잡해지면서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적응하기 위해 법의 집행기관인 법원도 가정법원, 특허법원, 행정법원 등 특수법원으로 세분화되었으며, 최근에는 노동법 학자 및 노동자들은 노동법원의 개설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감안할 때 환경법원, 의료법원, 건축법원의 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검토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건교부는 건축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건축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건축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교부의 이러한 방침을 환영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건교부는 건축관련 분쟁조정에 관한 사항을 건설산업기본법 제69조와 건축법 제76조의 2 및 주택법 제52조에 각각 규정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건축법, 주택법에 각각 규정하고 있는 건축관련 분쟁에 관한 사항을 합리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합한 건축분쟁조정법을 제정해 그 전문성을 제고하고 합리적·경제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환경에 관한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지난 1997년 8월 28일 법률 제5393호로 환경분쟁조정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최근 동법률에 의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적지 않은 환경분쟁이 해결된 사례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산업기본법, 건축법, 주택법 규정에 의한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건축분쟁이 해결된 사례는 전무한 상태이다. 건교부가 동일한 행정목적을 위해 각각 다른 법률에 규정함으로써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축소비자들에게 혼동만을 주고 있는 규정이 또 있다.

건설업자들의 부실공사로 인한 건축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려는 규정인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1항에는 “건설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건설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주택법 제46조 제1항은 “사업주체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동주택의 하자를 보수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자의 하자담보책임(부실공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법 제46조 제1항에 “사업주체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공동주택의 하자를 보수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여 ‘공동주택의 하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책임이 있는 것처럼 규정해 대통령령이 정하지 아니한 하자는 책임이 없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오해를 야기하고 있다.

더구나 주택법 제46조 제1항에 근거하는 주택법시행령 제58조에 하자보수 책임기간 등을 별표6과 같다고 규정하였고, 별표6에는 하자보수 대상 하자의 범위 및 시설공사별 하자보수 책임기간을 대부분 1년 내지 3년으로 규정함으로써 사업주체(건설업자)의 담보 책임은 1년 내지 3년이 경과하면 대부분 소멸되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있다.

사업주체들은 동규정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1년 내지 3년이 경과하면 공동주택의 하자보수 의무는 소멸된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규정은 하자보수 ‘보증 의무기간’에 불과한 것일 뿐, 하자보수 의무기간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자보수 의무기간은 민법 및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5년 내지 10년인 것이다. 그런데 주택법이 ‘하자보수 책임기간’을 1년 내지 3년으로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분쟁의 소지만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건설산업기본법상의 건설업자의 책임과 주택법상의 사업주체의 책임을 통일하여 분쟁의 여지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